
안녕하세요.저는 왼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 독고입니다. 저는 원래 항공회사에서 일하던 평범한 회사원이었는데, 3년전 휴가를 맞아 떠난 태국 치앙마이 여행에서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를 겪었고, 그 사고로 오른팔의 신경다발이 손상되어 더 이상 오른팔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사고 이후 정말로 제 삶이 통째로 무너졌다고 느꼈습니다.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졌고, ‘앞으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 앞에서 오랫동안 멈춰 서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왼손으로 삐뚤삐뚤 선을 그으며, 제가 겪은 일을 만화처럼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처음에는 잘 그리려는 욕심도, 작품을 만들겠다는 목표도 없었는데, 어느새 저는 세번째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더군요.
오른팔 마비라는 결핍은 제 삶에 분명 깊은 상처를 남겼지만, 동시에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제 작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특징은 ‘만화적 구성’입니다.
각 작품들은 독립적인 그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의 세계관 안에서 하나의 결말을 향해 나아가는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회화 전시와는 다른 몰입감을 느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무너져 내리는 세계 속에서 상처 입은 주인공이 이리저리 휘둘리며 방황하다가, 결국 자신과의 싸움을 마주하는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는 순간, 그 안에 숨겨져 있던 가능성을 발견해 나가는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제 작품을 보면서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혹시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했던 것은 아닌지, 그리고 아직 발견하지 못한 가능성은 없는지 질문하게 되기를 바랐습니다.
멀리서 보면 한 편의 애니메이션처럼 이야기가 흐르고, 가까이에서 보면 유화 특유의 질감과 왼손으로 그린 삐뚤빼뚤한 터치가 주는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서사 회화적 컨셉으로 그렸습니다.
작가님 개인의 경험과 삶의 과정들이 작품에 많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저는 원래 그림을 그리던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공대를 졸업했고, 사고 이전에는 미술을 전공한 적도, 전문적으로 그림을 배운 적도 없었습니다.
오른팔 마비가 찾아왔을 때, 글씨 하나 쓰는 것조차 어려웠고 물건 하나 집는 일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정말로 인생이 멈췄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용기를 내어 아이패드 위에 왼손으로 그어본 ‘못난 선 하나’, 힘 조절이 되지 않아 끊기고 흔들리는 선들이었지만, 그 선 하나하나가 지금의 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었습니다.
SNS에 제 이야기를 만화로 올리며 사람들과 연결되었고, ‘상실과 회복’이라는 저의 서사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회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제 감정과 내면을 서사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에 깊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마비된 오른팔을 가진 주인공 ‘독고(Dokko)’는 저 자신이자, 결핍을 안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얼굴이기도 합니다.
제 이야기를 숨기지 않고, 오히려 작업의 소재로 삼기 시작하면서 어느새 세 번째 개인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2024년에는 경기청년 갭이어 프로그램을 통해 첫 개인전을 열었고,참여자 800명 중 최우수 10인으로 선정되는 경험도 했습니다.
문화예술 플랫폼 STRAW 에서 작품과 이야기를 연재하며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났고, 올해는 출판사에서 연락을 받아 디지털 작업을 바탕으로 한 책 〈삐뚤빼뚤 그래도 전진〉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대단한 계획이 있었기보다는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하루하루 기록해온 결과였던 것 같습니다.
전시 주제 <Save me, Save world!>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이번 전시의 주제는 제목 그대로 “내가 나를 구하면, 나를 둘러싼 세계도 달라진다.”라는 메시지입니다.
현실은 종종 삭막하고, 세상이 모두 나를 무너뜨리려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사람들의 말과 시선, SNS 속 완벽해 보이는 타인의 삶 앞에서 스스로가 더 초라해질 때도 있고요.
그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치던 끝에서 마주한 존재는, 결국 나를 가장 괴롭히고 있던 ‘나 자신’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내면에서 일어난 작은 변화가 주변 세계를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사고로 한순간에 무너져버린 세계,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 조심스러워진 관계들, 그리고 나를 인정해가는 과정에서 발견한 예술적 가능성까지 이 모든 경험이 이번 전시의 서사를 이루고 있습니다.
제가 늘 하고 싶은 말은 결국 하나입니다.
“ 어쨌든, 삶은 계속된다 .”
예전의 저는 큰 불행을 겪었으니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도 엄청난 용기와 결심이 필요하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깨달은 것은, 거창한 다짐보다도 ‘그냥 한 걸음 내딛는 것’이 삶을 조금씩 바꾼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제 시작도 그저 보잘것없는 삐뚤빼뚤한 선 하나였으니까요.
단번에 멋지게 도약하지 못하는 자신을 너무 괴롭히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결핍이 있는 자신을 인정하고, 오늘 하루의 작은 발걸음을 내딛는 것.
그 발걸음이 결국 여러분의 삶과, 여러분이 살아가는 세계를 변화시킬 것입니다.
독고 개인전 <Save me, Save world!>
2025.12.20- 2026.1.2
오전10:30 - 오후 6:30
슈갤러리 : 서울 중구 남산동2가 24-9
문의: 010-3016-5140
me, save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