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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 초대전

금지된 언어

앙토 · 05-17 – 05-26
금지된 언어
전시 소개 작품 작가

공포의 육체에서 벗어난 자줏빛 언어 <금지된 언어> 앙토의 개인전 전시평론 글 추상화 작가 김다현 웅크린 육체, 여성을 닮은 어항 속 물고기, 호접난과 중첩을 이루는 여성의 음부, 그 세계 속 에 불쑥불쑥 등장하는 페니스, 이 모든 형상들이 붉고 푸른 보색 대비 속에서 춤 선을 이룬다 누군가는 눈치 챘을 것이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혹은 이 모든 것들이 그녀 자신이라는 사실을.

앙토의 작품은 자신의 내면을 육체에 타투를 새기듯 깊고, 강인하고 강렬하게 표현한다 프레임에 펼쳐놓은 오브제들은 결코 안정적인 구도로 새겨지지 않고 중력을 거슬러 우주를 유영하 듯 부유하고 떠도는 내면의 세계를 초현실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2021년작 에는 납작한 머리칼이 제멋대로 휘어지고 꼬아진 두상과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양감이 결여된 두상에는 꽃과 구부러진 목에서 얼굴까지 새겨져 있다

옆에는 귀를 닮은 두 개의 손잡이가 달린 받침이 있는 커피잔이 놓여있고 눈알 하나가 그로테 스크하게, 혹은 미스터리하게 물 위에 떠있다 노란 테이블 위에 톤 다운된 파스텔 톤으로 그 려진 모든 형상에 엷은 테두리가 돋보이는 이 작품은 특히 작가의 붉은 내면을 강조하듯 두상 의 붉은 테두리가 돋보인다

더러는 지나칠 법한 이 작품에서, 납작하게 구부러진 머리칼만큼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고 있는 이 붉은 테두리는 Crooked identity(뒤틀린 정체성)이라는 제목 을 무색하게 할 만큼 자신의 정체성으로 돌아올 자리를 분명히 알고 돌아온 선으로 자신을 감 싸고 있다 그녀는 성적 트라우마를 겪고 오랜 시간 정신적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붓질을 시작했다 개인전 <금지된 언어>는 그렇게 탄생되었다

작가는 금지된 고통 속에 있었지만 결코 스스로를 ‘금하’지 않았다 그녀의 입술과, 눈과, 성기와, 팔과, 다리는 ‘언어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가 목소리를 잃었다고 생각했던 과거가 그녀를 부여잡았다 언어는 또 다른 상처를 만들 기 마련이다 예술의 영역은 결코 논리적 집합체인 언어가 다루지 못할 영역을 다룬다 그녀 에게 있어 ‘올바른 언어’란 캔버스 위의 붓질과, 선명한 색으로 만들어진 성기 오브제였다

이를 바탕으로 태어난 작품들은 자신의 유일한 세계였으며 고통스러운 현실을 뛰어넘은 자신의 메아리였다 우주의 입구 2023 또한 과거와, 자존감과, 순수한 정서를 대표적으로 표현한 상징과도 같은 작품 <우주의 입구>(2023)는 여성육체를 투시성과 분절성으로 구분하여 보여준다 누운 자세의 여성 둔부와 다리만이 M자 형태를 이루고 다리와 몸 사이에 잘려진 두 개의 잘린 손등이 여백을 채우고 있다

검은 바탕에 채색된 여성의 몸은 온통 강렬한 마젠타 색으로 절규하듯 빛을 뿜어낸다 정면 중앙에 매화로 상징화된 음부는 관람자가 가장 먼저 만나는 대상이다 붉은 매화 아래에 는 잘린 손이 아래를 향해 하강하듯 힘없이 뻗어있고, 양 옆의 다리는 뼈를 드러낸 듯 투영시 킨 오브제 안에 여성의 곡선을 드러낸 육체와 음부를 지닌 물고기, 그리고 외음부가 경계없이 다리를 관통하고 있다 그 외 배경은 검은색이다

앙토라는 우주, 여성이라는 우주에 들어서기 전, 우리는 자줏빛 색에 휘감겨 온몸이 경직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분절되었지만 속 깊이 투영된 내밀한 육체오브제가 곧 굴곡진 생의 한가운데를 점찍고, 경외심에 빠지게 만든 다 앙토는 자신의 언어가 몸이다 몸으로 형상화되는 움직임과 비장한 페이스 속에 숨겨진, 누구 나 가진 말하지 못할 비극적 경험. 비체(Abjection)로 다루어졌던 지난날의 고통은 결코 이제 공포가 아니다

언젠가 육체를 경멸했을 순간마저도 일그러졌던 정체성이 아름다움으로 피어 나는 순간은 지금, 숨바꼭질이 끝나는 순간이다 그녀의 작품에서 프리다 칼로의 선홍색 목소 리가 들리기도 한다 충분히 그녀의 연장선에서 해석해도 의미가 있겠다 그러나 적어도 페미 니즘에 국한시키지 않고 풍부하게 앙토라는 개인을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 상처 난 영혼과 육체가 자기의지로서 어떻게 멋지게 환생할 수 있는지 치유의 과정으로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